지영이는 대기업에 입사한 그날부터 모든 이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그녀가 사무실에 들어설 때마다, 주위의 반응은 거의 예외 없이 "이쁘게 생겼다"라는 것이었다. 지나가는 남자들은 누구나 한 번쯤 뒤돌아볼 만큼 예쁜 외모와 완벽한 몸매를 지닌 지영이의 존재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넘어서,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다.
회사의 모든 직원은 물론, 심지어 사장님까지도 그녀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지영을 향한 수많은 구애가 있었지만, 그녀는 그런 관심에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젊고 아름다운 여성에게 자연스럽게 눈길이 갈 수 있지만, 나이 많은 아저씨에게 호감을 느낄 이유는 없다고 생각한 지영은 그저 담담하게 지나쳐 갔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인가, 지영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는 것을 느끼기 시작했다. 평소에도 잘 웃고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는 그녀였지만, 직장 동료나 상사에게 살갑게 대하는 성격은 아니었다. 그런데 유독 나와 함께 일할 때는 지나치게 긴장한 모습을 보였다. 나와 함께 있을 때면 왠지 모르게 주눅 들어 보이고 소극적인 모습이 이해가 가지 않았다.
물론, 나도 모르게 심하게 야단친 적이 있었지만, 그것이 그녀의 변화의 원인이라고 단정하기엔 무리가 있었다. 그런 상사들은 어디에나 존재하기 마련이니까. 그녀가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 관련 자료를 보여주며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은 안쓰럽기까지 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긴장된 모습 뒤에 감춰진 진짜 감정이 무엇인지 궁금해졌다. 왜 그녀가 나와 있을 때마다 이렇게 긴장하는 걸까? 지영의 변화가 단순한 두려움인지, 아니면 다른 감정이 깔린 것인지 알아내고 싶었다.
부장: 지영씨
지영: 네, 부장님….
부장: 그러니까요! 요건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거예요? 이해가 잘 안되는데.
지영: 그… 그게 원래는 다음 주까지 완료 예정이었는데, 설비 문제가 있어서…
부장: 설비? 조금 전에는 자재 문제가 있다고 하지 않았어요?
지영: 그게 자재 쪽에도 문제가 있기는 한데…
부장: 확실하게 말해봐요. 자재예요? 설비에요? 아니면 둘 다예요?
지영: 설비는 아마 괜찮을 거라고 답해서요…
부장: 아마요? 그게 무슨 말이죠?
지영: 아, 아마가 아니라 괜찮을 겁니다.
부장은 지영의 말에서 불안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자신감이 부족해 보였다. 지영은 부장의 날카로운 질문에 점점 더 긴장해 갔다.
부장은 지영의 답변이 불확실하다는 것을 느끼고, 그녀의 태도가 이상하다는 것을 직감했다.
부장: 지영씨, 이 프로젝트는 우리 회사에 매우 중요해요. 확실한 답변을 해줘야 합니다.
나는 지금 지영씨에게 화를 내는 게 아니었다. 그녀가 몇 번이나 같은 대답을 반복하는 모습을 보며 답답한 마음에 다시 물었다.
부장: 정확히 어떤 문제가 있는 건지 말해줘.
그러나 지영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지더니, 이내 들리지 않을 정도로 작아졌다. 그녀의 눈빛은 불안으로 가득 차 있었고, 나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숨고 싶어 하는 것처럼 떨렸다. 언제부터였을까, 지영의 얼굴이 시뻘겋게 물들어 있었다.
그 순간, 나는 그녀가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지를 절실히 느낄 수 있었다.
부장: 지영씨, 괜찮아요?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돼요. 문제를 함께 해결해 보자고요.
내 목소리조차 그녀의 긴장감을 덜어주지 못하는 것 같았다.
지영은 고개를 숙이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모습이 더욱 마음을 아프게 했다. 나는 그녀가 이렇게 힘들어하는 이유가 단순히 업무 때문만은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며들었다. 지영의 마음속에 어떤 다른 감정이 자리 잡고 있을지, 그 의문이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부장: 다시 확실하게 알아보고 보고하세요.
지영: 네…. 네!
꼼지락대면 두 손이 내가 내민 보고서를 받아 든다. 힘없이 터덜터덜 걸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좋지 않았다. 나는 그녀의 마음을 이해하고 싶었지만,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큰 사고가 터지고 말았다. 어제까지만 해도 멀쩡하던 지영씨가 어떻게 된 영문인지 모르겠지만, 대형 사고를 내고 말았다. 자재를 발주하면서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이고 발주를 한 것이다.
이번 사고로 인해 지영이의 직속상관인 나는 이 문제로 여기저기 불려 다니며 욕이란 욕을 다 먹고 있었다. 회사에 다니며 크게 화를 내 본 적이 없었지만,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수할 수 있고 잘못된 부분이나 문제점들을 찾아내어 보완하는 게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므로 웬만하면 주의를 주고 넘어가는 편이었지만, 이번에는 사고가 커도 너무나 컸다.
이번 주 내내 임원들에게 불려 다니며 문책당하고 대책을 마련하느라 끼니도 제대로 먹지 못하고 늦게까지 야근을 계속했다. 그러다 보니 나도 모르게 얼굴에 짜증이 다 묻어 나오고 있었던 것 같다. 사고를 친 지영이는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게 없는데도 늦게까지 남아 사무실에서 내 눈치를 살피고 있었다.
늦은 저녁, 이 사고를 해결하기 위한 보고서를 제출한 나는 의자를 뒤로 힘껏 젖히고 얼굴을 감쌌다. 너무 피곤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앉아 있는데, 뒤에서 또각또각하는 구두 소리가 들려왔다. 일주일 동안 내 눈치를 살피던 지영이가 용기를 내어 다가와서 한 행동은 나를 당황하게 했다.
지영: 부장님, 저… 잠시 말씀드릴 게 있습니다.
지영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고, 나는 고개를 돌려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눈빛은 불안과 죄책감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그 안에는 결단력이 엿보였다.
지영: 저 때문에 이렇게 된 것, 정말 죄송합니다. 제가 잘못한 것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제가 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 보겠습니다.
그 순간, 나는 그녀의 진심을 느꼈다. 지영의 목소리에는 책임감을 다짐하는 힘이 담겨 있었고, 그 모습에서 나는 그녀가 단순한 실수를 넘어서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았다.
부장: 지영씨, 괜찮습니다. 실수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에요. 중요한 건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입니다.
라고, 말하며 나는 그녀의 눈을 바라보았다.
부장: 이지영 씨!
지영: 네
부장: 지영씨는 왜 그래요?
지영: 죄송합니다….
부장: 아니 그게 아니라. 지영씨 똑똑하잖아요? 근데 왜 나하고 있을 때는 그렇게 자신감이 없어?
지영: 저도 잘….
질문하면 할수록 작아지는 지영씨를 보며 나는 하나의 문제를 직면했다. 고분고분한 지영씨를 보고 있으니, 나의 성향이 고개를 내밀기 시작했다. 평상시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텐데 어쩐지 이 사람이라면 괜찮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생각대로 하기로 했다.
지영이는 이번 주에 시험이 끝나서 마음 편히 쉬고 싶었다. 하지만 선생님께서 화를 내자 당황하며 머뭇거렸지만 이내 곧 자기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지영이는 최근에 스트레스를 너무 받아 놀다 보니 그만 숙제가 있다는 사실을 까먹고 말았다.
선생님: 숙제 안 해오면 몇 대지?
지영: 20대입니다….
선생님: 그럼 자세를 취하렴
선생님의 말씀에 지영이는 크게 심호흡하고 천천히 일어 난 후 책상을 손으로 잡은 후 천천히 엉덩이를 뒤로 뺐다. 지영이가 자세를 취하자, 선생님께서 는 회초리를 들고 일어났다.
지영이는 선생님에게 용서를 빌기 위해 간절한 눈빛으로 선생님을 바라보았으나 선생님의 무표정에 그만 포기하고 말았다. 선생님께서 지영을 체벌 하려는 순간 노크 소리와 함께 간식을 들고 온 지영이의 어머니께서 들어 왔다. 지영이의 어머니는 방안의 모습을 보고 매우 당황하며 말했다.
지영이는 오랜 시간을 거쳐 온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며, 한복의 고운 주름을 손가락으로 쓸어내렸다. 중년이 되어서도 지영이의 자태는 여전히 우아했다. 지영이의 한복은 밝은 색의 저고리와 짙은 색의 치마로 이루어져 있었고, 그녀의 움직임에 따라 부드럽게 흔들렸다.
어느 날, 지영이는 자신이 살아온 이야기를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과거의 기억과 현재의 감정을 모두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찾고자 했다. 지영이는 오래된 나무 의자를 가져와 방 안 한가운데 놓았다. 그 의자는 지영이가 어린 시절부터 사용해 왔던 것으로, 수많은 이야기를 간직하고 있었다.
지영이는 조심스럽게 의자 위로 올라섰다. 한복 치마를 조금 걷어 올리며, 종아리를 드러냈다. 그러자 마치 세월의 흐름을 거스르는 듯 했다. 하얗고, 예쁘며, 부드러운 곡선을 그리고 있었으며, 섬세하게 조각된 듯한 그녀의 다리는 성숙한 아름다움을 발산하고 있었다.
다영이는 보랏빛 치마를 무릎까지 올려 입고 있었다. 그녀의 치마는 부드러운 바람에 살랑이며, 마치 봄날의 꽃잎처럼 우아하게 흔들렸다. 그녀는 방의 한가운데 놓인 목침 위에 서 있었는데, 그 모습이 마치 한 폭의 그림처럼 아름다웠다. 방 안을 가득 채운 햇살이 그녀의 보랏빛 치마를 더욱 빛나게 했고, 그녀의 피부는 온화한 빛 속에서 더욱 빛나 보였다.
시어머니: 다영아, 이건 너무 심한 거 아니니? 네가 어떻게 이렇게 무책임할 수가 있니?
다영: 죄송합니다, 시어머니. 제가 더 신중히 행동했어야 했는데….
시어머니: 신중히 행동했어야 했다니, 그 말이 이 상황을 해결해 줄 수 있을 거로 생각하니?
시어머니: 우리 가족의 명예를 생각해야지. 너의 행동 하나하나가 우리 가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알아야 해.
다영: 정말 죄송합니다. 앞으로는 더욱 조심하고, 시어머니 말씀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시어머니: 앞으로의 행동으로 보여줘. 말로만 '죄송하다'고 하는 건 아무 의미 없어. 너의 진심을 행동으로 보여줘야 해.
다영: 알겠습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앞으로는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시어머니: 그래, 그 말 믿을게. 하지만 기억해, 다영아. 한 번 잃은 신뢰를 다시 얻기는 쉽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