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합 관은 교육 기관이기도 하지만 일급 기생 관이라 보통의 술집과는 거리가 멀었다.
술을 마시고 노는데도 격식과 예의를 갖췄다.
지영, 수진, 가영 등은 인제 막 20세 초반이고 먼저 온 동기들과는 동갑이거나 한 살에서 두 살 정도 차이가 있다. 미모와 학문 그리고 격식을 갖춘 백합관 기생들은 다른 집 아낙네들 보다는 훨씬 똑똑하였다. 이들은 한번 자리에 합석하면 대모의 명령이 있을 때까지는 자리를 피하지 않았다.
오늘도 초저녁부터 방이 꽉 차고 노랫가락과 가야금 소리가 들려왔다.
지영이가 들어간 방에는 고위 자제들이 시조를 읊기도 한다.
그 중에는 몇 차례나 지영이를 보고 반한 이 선비의 곁에는 지영이가 곁에 다소곳이 앉아 있었다.
지영이는 이 선비의 옆에서 때때로 장단을 맞춰 주었다.
이 선비는 과거에 합격하여 수습으로 하급 관리가 된 사내였다. 아직은 혼인하지 못하고 부모님과 같이 사는 중이다.
이 선비: 지영아 너는 언제 봐도 참으로 곱구나. 특히 네 눈이 정말 이쁘구나...
지영: 아이... 처함...
이 선비의 말에 지영이는 곱게 흘긴다. 아닌 게 아니라 지영이의 눈은 유난히 깊이가 있었다.
보는 사람이 빠져들 정도로 그렇게 술자리가 끝나갈 무렵 이 선비는 은밀히 지영이의 손에 쪽지를 쥐여 주며 꼭 보라고 하였다.
인제 막 이름을 올린 초급 기생들은 한방에 두 명씩 방을 쓰고 경력이 쌓이면 독방을 쓸 수가 있었다.
백합 간에는 이러한 방들은 30여 개나 되니 그 규모가 실로 크다고 할 수 있었다.
자신의 방에 돌아온 지영이는 동기가 먼저 잠자리에 든 것을 확인 후 조심스레 쪽지를 펼쳐 보았다.
쪽지에는 호탕한 글씨로
[그대를 사모하는 내 마음을 숨길 수가 없구려...
모월 모일 술시에 적혀 있는 곳으로 나와 주구려.
내 꼭 기다릴 것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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